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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공감하는 따뜻한 명의(名醫)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 교수
일반인이 내과와 외과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드라마틱한 수술’일 것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를 전담하는 것은 ‘메스를 쥔 외과 의사’라는 생각이 클 터. 하지만 내과에서도 위중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순간이 있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 교수는 ‘내시경을 쥔 순간’을 말한다.
‘메스’ 아닌 ‘내시경’으로 생명을 살리는 의사
“소화기내과는 내과의 한 분과지만 내시경 시술이 있어 외과 의사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과입니다. 특히 제 세부 전공인 췌담도 질환 시술은 특수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과 비슷한 치료를 할 수 있어 더욱 그렇습니다. 특수 내시경은 과거에는 수술로 치료했던 질환들을 개복술(배를 열어 수술하는 것)이나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치료를 가능하게 합니다. 덕분에 환자분들의 회복이 빠르고 삶의 질도 개선되었습니다.”
손 교수는 남들보다 1~2년 추가 수련이 필요하고, 시술이 까다로워 선호도가 낮은 간췌담도 질환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했다.
“수련 중 특별한 환자를 만난 계기로 세부 전공 수련을 결정했어요. 총담관(쓸개관)이 담석으로 꽉 막혀 심한 화농성 담관염으로 진행해 패혈증과 혈압 감소,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난 90대 중반의 어르신이었죠. 고령에다 전신마취를 하기도 어려운 상태라 응급수술은 불가했습니다. 때문에 ERCP 시술로 막힌 총담관을 열어주고 결석들을 제거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어르신 상태가 빠르게 회복되고, 며칠 후에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퇴원하시는 모습을 보고 ERCP 시술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내시경 시술로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건 다른 소화기내과 의사들도 경험하기 어려운 만족감일 겁니다.”
연구를 통한 암 환자와의 ‘동행’
췌장, 담도 종양은 다른 암종과 달리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이 잘 듣지 않아 완치가 쉽지 않다. 특별한 조기 증상도 없어 질환을 의심하고 내원했을 때는 대부분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손 교수는 “위내시경 검사에 큰 이상이 없는데 자주 체하는 증상이 있거나, 배와 등의 통증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했다. 증상이 없더라도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경우, 최근 들어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50대 이상에서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는 췌담도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췌담도 종양은 완치가 어렵다’는 인식에 대해 손 교수도 아쉽긴 마찬가지. 때문에 수년째 췌담도뿐만 아니라 위암, 대장암 등 소화기 악성 종양에 관해 연구 중이다. 또한 암 치료 분야의 발전을 위해 소화기내과에 국한 하지 않은 다학제, 다기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의료 질 개선을 위한 ‘ERCP 시술 시 방사선 피폭’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해당 분야 전문 의료인은 평생 시술을 하며 방사선 피폭량이 누적됩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시술자 보호 방침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10년간 ERCP 시술자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했고, 결과를 바탕으로 방호막의 유용성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제 연구결과가 시술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물론, 더 나아가 의료 질 향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공감과 신뢰 만든 ‘맞춤형 설명법’
어릴 적 교단에 선 ‘선생님’을 잠시 꿈꿨던 손 교수는 조금 다르지만 결국 꿈을 이뤘다. 장소만 다를 뿐 ‘의사 선생님’이 되었기 때문. 선생님 같은 손 교수의 ‘눈높이 맞춤형 설명법’은 그를 친절 직원으로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손 교수는 늘 한결같이 대하려다 보니 누군가는 불친절하게 느끼진 않았을까 염려된다고. 그의 배려 속에서 환자와 두터운 신뢰가 쌓여가고 있었다.
“욕심 많은 의사라 환자와 공감하는 따뜻한 명의(名醫)가 목표”라는 손 교수. 어릴 적 꿈처럼 손 교수는 이뤄진 꿈을 등대 삼아 가슴에 품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