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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을 책임지는 의사
신비하고 경이로운 ‘신경’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겪어본 가벼운 두통부터 어지럼증, 치매, 팔다리 근육 마비질환 등 신경계 질환은 온몸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권 교수는 이러한 특징을 신경의 매력으로 꼽았다.
“신경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 몸에 분포되어 있어 전신의 모든 활동에 관여합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움직임까지 제어하고 있어 신경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권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경의 기능 외에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아 더욱 매력적으로 느낀다고 덧붙였다.
“약 천 억개의 신경세포가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여 모든 기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뇌는 우리가 깨어있는 시간은 물론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활동합니다. 이만큼 무궁무진한 뇌는 밝혀지지 않은 영역이 많기 때문에 아직도 신비스럽죠.”
권 교수가 신경과를 전공한 이유도 ‘뇌’에서 출발한다. 사람과 다른 생물을 분류하는 가장 큰 특징이 뇌의 주기능인 인지능력인데, 이러한 뇌와 신경에 발생하는 질환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라고.
우리 병원에서 유일하게 말초신경질환을 담당하는 권 교수는 “말초신경은 팔다리에 감각과 운동을 최종적으로 조절, 관리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말초신경질환은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화끈거리는 느낌, 전기가 통하는 느낌, 맨손이지만 장갑을 낀 것 같이 감각이 떨어지는 등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지만,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증상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환자 평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말초신경계 중 자율신경은 심장, 폐 등 스스로 활동하는 기관을 지배하는데, 기능이 망가져 불균형이 생길 경우 회복시키는 데 직접 작용하는 약은 없다. 때문에 식습관, 운동 숙면 등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효과적이다. 교감신경에 이상이 있을 경우 기침이나 가래를 유발하기도 하며, 소화불량과 변비, 심한 경우 급사의 위험도 있다. 부교감신경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으면 눈부심, 기립성저혈압, 과민성장증후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권 교수는 증상에 따라 관련 있는 진료과에서 먼저 원인질환을 찾아보고, 별다른 원인이 없다면 자율신경의 불균형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료실 안 ‘듣기’와 ‘말하기’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환자이기 이전에 고객이다. 심리적·육체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권 교수는 각별한 애정을 갖는다.
“열에 일곱 분은 본인의 질환을 어느 정도 의심한 채 병원을 찾습니다. 흔한 질환의 증상은 일반인도 구별하기 쉽지만,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일반적으로 스스로 구분하고 판단하기 어려워 환자와 소통을 통해 증상을 찾기도 해야 합니다.”
때문에 권 교수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게 진료의 첫걸음이자 가장 중요한 항목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전연령에 발병하는 신경계질환 중 안면마비, 중증근무력증, 길랭-바레증후군, 척수염 등의 질환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심할 경우 호흡불가로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증상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몇 달 전 20대 초반의 여성이 팔다리에 저릿한 감각과 통증을 느껴 진료실에 찾아왔습니다. 본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다 조바심에 진료예약을 했다는데, 증상을 듣다보니 척수염이 의심됐습니다. 척수 MRI검사로 확인해 본 결과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척수염이 맞더군요. 이틀 만에 양 다리 마비와 감각소실, 소변도 볼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지만 빠른 면역치료를 받은 후 5일만에 호전을 보여 보람을 느꼈습니다.”
의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권 교수는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로 질병을 예방하고, 신체에 불편한 증상이나 징후가 있다면 면담, 진찰을 통해 의사와 함께 해결하길 권장한다.
“최상의 결과로 보여줄 것”
머리칼이 헝클어져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털털한 권 교수지만 진료실 안에서는 다른 모습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디에 문제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좁혀 나가는 것이 진료방식이라는 권 교수는 환자 한 명에 적게는 5분, 많게는 30분 넘게 진료를 본다. 진료를 시작하면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다보니 환자들에게 무뚝뚝하게 보일 수 있지만, 권 교수는 “보이는 모습보다 의사로서 최상의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고.
오늘도 하얀 가운을 휘날리며 병동과 진료실을 오가는 권 교수의 두 어깨는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보여주고픈 그의 ‘열정’이 항상 함께하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