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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까지 이틀간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갑상선학회 추계학술대회는 지난 2년간 달려온 김원배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자리.
김 이사장은 이번 대회 마지막 순서인 토픽 하이라이트(Topic Highlight) 세션으로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사망률 분석 연구를 준비했다.
임기 중 마지막 임무로 3년 전 오명이 씌워진 갑상선암의 '과잉검진' 논란을 종식시키고픈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국내 갑상선암 사망률 통계 30년치를 분석한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04년까지 증가세를 달리던 갑상선암 사망률이 초음파검진이 활발해진 시점부터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학회장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초음파검사가 불필요한 암을 찾아 과잉치료하게끔 유도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갑상선암 조기진단을 통한 치료가 사망률을 줄였음을 밝혀낸 최초의 연구다. 향후 추가연구가 쌓여야 겠지만 갑상선암의 과잉검진 논란을 반박하는 첫 자료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8인연대의 양심선언…갑상선 초음파검사는 불필요하다?
한동안 잊혀졌지만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은 의료계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중요한 이슈였다.
논란은 2014년 4월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8인 의사연대'가 폭탄 발언을 하면서부터 촉발됐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가정의학과)와 고려의대 안형식 교수(예방의학과)를 주축으로 구성된 의사 8명이 "무분별한 건강검진으로 갑상선암 환자가 늘고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
이들의 주장이 양심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술을 대기 중이던 갑상선암 환자들이 대거 예약을 취소하는 등 일선 의료기관들은 상당한 진통을 겪어야 했다.
갑상선암 수술을 집도해 온 외과의사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과잉수술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당시 외과의사들이 "과잉검진과 과잉치료는 다르다. 갑상선암 사망률을 낮추려면 조기검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는데, 조기검진의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급기야 국립암센터는 국가암검진 권고안 제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2015년 7월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암 초음파검사를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검진권고안을 발표했다.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관한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므로, 갑상선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에 한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라는 골자였다.
문제는 대부분의 갑상선암이 증상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혹이 만져지거나 목소리 변화가 감지되고 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것.
진단시기가 늦어질 경우 림프절 전이가 일어나 수술이 불가능해지거나 수술범위가 넓어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갑상선암 검진이 사망률 감소에 기여" 증명한 첫 번째 연구
이 정도면 이번 갑상선암 사망률 분석연구를 추진하게 된 배경으론 충분하지 않을까.
김 이사장은 "갑상선암 검진권고안 제정위원으로 참석할 당시 초음파검진을 포함한 조기진단으로 인해 암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직접적인 근거가 없었다"며, "근거부족으로 갑상선암 검진을 권고할수도 권고하지 않을수도 없다는 게 위원회 의견이었지만 최종안에선 권고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학술적인 근거자료가 마련돼야 할 이유였다"고 소개한다.
연구팀은 1985~2015년까지 통계청 사망률 자료와 세계보건기구(WHO)의 표준인구를 기반으로 인구 10만명당 갑상선암에 의한 연령표준화사망률(ASMR)을 조사했다.
그 결과 1985년 인구 10만명당 0.17명(95% CI, 0.17-0.18) 수준이던 우리나라의 갑상선유두암 환자수는 2004년 인구 10만명당 0.85명(95% CI, 0.83-0.86)으로 증가해 정점에 이른다. 이후 연평균 4%가량 감소하면서 2015년 10만명당 0.42명(95% CI, 0.41-0.43)까지 감소됐음을 알 수 있다.
종합해볼 때 2004년을 기점으로 갑상선암 사망률의 증감이 전환됐고, 지난 10여 년간 갑상선암 사망률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